처서를 지난 염천 하늘에서 까마귀 날아든다
따가운 햇살에 주눅이 든 목소리가 굴절을 했다
까아악, 깍- 까악--
목쉰 소리에 감동했는지 코스모스 한송이가 잠을 깬다
풀섶에서 잠자던 메뚜기 한 마리 펄쩍 뛰어오른다
숲속이 수상하다
이마를 베낄 듯한 열기가 허공에서 회오리친다
까마귀 울음소리가 녹슨 청동종소리처럼 둔탁해진다
깍- 까악-- 까아악
정숙하던 여울물이 요염한 몸짓을 시작하고
숲속에선 무엇엔가 놀란 꾀꼬리가 긴급한 신호를 보내왔다
시들시들한 풀잎들도 소나기를 기다리는지
시퍼런 하늘에 눈길을 준다
구름 몇 송이가
서툰 몸짓을 하며 흘러가고 있다
숲속도 벌판도 여울물도
아무렇지 않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지만
그러나
변한다는 사실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
김 용 언 (국문 64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