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나사 가는 길
윤 제 림(본명: 준호, 국어국문학과 77학번)
참깨를 터는 중늙은이를 지나서
우산을 양산대신 쓰고
벼랑 위의 아기단풍을 구경하고 서 있는
배부른 여자를 지나서
쉬는 차 표지가 보이는 개인택시를 세워놓고
이동화장실에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는
중년의 사내를 지나서
늦가을 햇살에 산천어 열목어가 어질어질
물무늬를 놓고 있는 징검다리에 쪼그리고 앉아
물 참 맑다, 고기 참 많다
연신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
연인들을 지나서
지나가는 샘물을 지나서
지나가는 나무를 지나서
지나가는 비를 지나서.